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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9일 일요일

리뷰 : 마작환상곡3(1995/9/14, Active)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작환상곡>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탈의마작입니다.
총 세 편이 발매되었으며, 세 작품 모두 북유럽 신화 스타일의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스토리도 탈의마작 게임치고는 충실한 편인데,
정작 마작하고는 그다지 관계없는 스토리입니다.
다른 게임이었으면 전투가 벌어져야 할 타이밍에,
마작이 전투 시스템을 대신하는 것 뿐이죠.



1편과 2편의 스토리는 정통 판타지입니다.
스토리가 나쁜 건 아닌데, 20년도 넘은 게임인만큼 전개가 굉장히 식상합니다.
1편 첫 장면부터가 노예상인으로부터 엘프를 구해줬더니,
엘프가 주인공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마작 게임이고 스토리는 양념정도로 생각한다면
그럭저럭 할 만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려도 될 것 같습니다.



2편 이후, 2년만에 발매된 속편 <마작환상곡3>입니다.
그래픽이 상당히 괜찮은데, H씬 그래픽에 특히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블로그에 올리기 부적절한 CG가 더 훌륭하다보니,
이 게임 그래픽의 훌륭함을 보여드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쨌든 3편에서도 전작의 주요인물들은 대부분 등장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3편 역시, 1,2편과 비슷한 정통 판타지물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전작 인물들은 대부분 조역이나 까메오 수준의 출연이었고
작품 분위기가 엄청나게 변화했습니다.



주인공인 오르트립 공주와 호위기사인 크리스입니다.
이교도에 의해 나라가 멸망한 후, 추격도 피할겸
'니벨룽의 반지'의 인도에 따라 고대문명의 땅 '디멘시아'로 여행을 떠납니다.



오르트립 공주는 청순해 보이는 외관과 망국의 공주라는 지위를 생각하면
일단은 전형적인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도도하고, 상냥하고, 하지만 내면에는 강한 의지를 품고 있으며,
호위기사인 크리스가 지켜줘야만 하는 존재로서
여행 도중 크리스와 연애감정으로 발전한다는 이런 설정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이 분이야말로 PC-98 게임 여주인공 중 역대급으로 악랄한 존재,
전설의 귀축공주님입니다.

귀축공주의 행동 패턴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패배자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 패배자에게 굴욕을 준 후,
그 비참함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그 구경료마저 갈취합니다.

패배자가 진짜로 사악한 인물인지,
아니면 평범하게 본인의 직무를 수행하는 마을사람인지는
귀축공주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의 앞길을 막으면,
호위기사를 앞세워 마작 승부를 하고, 그 승부에서 이기면
패배자는 얼마든지 공주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귀축공주도 추격자들에게 잡혀 역으로 심한 짓을 당할 때도 있습니다.
나중에 호위기사 크리스가 구해줬을 때,
당연하게도 귀축공주는 그들의 간부에게 두 배의 복수를 하며,
그 비참한 모습을 부하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간부와 부하 모두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선사합니다.

뒤에 같이 잡힌 캐릭터는 우연히 주인공 파티에 합류한 잭스라는 조연인데,
1,2,3편 개근하는 캐릭터입니다.
1편과 2편에서는 엑스트라급 비중이지만 비열한 양아치인데,
방금 말했던 1편 첫 장면의 엘프 노예상인이 바로 잭스입니다.
그런 잭스조차 귀축공주의 행위를 보며 위축될 정도로,
귀축공주의 만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귀축공주님덕분에 이 게임이 좋은 겁니다.
스토리가 식상한 판타지인 1,2편과 달리
3편은 온갖 에로와 개그로 점철된 막장 스토리라서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고,
그 중심에 귀축공주님이 존재하는 거죠.



마작게임이잖아요.
고생고생해서 마작을 이겼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고 싶습니다.
한 판 이기고, 옷 벗은 CG 한 번 보여주고 이런 거 시시합니다.
귀축공주처럼 패자에게 이런 짓, 저런 짓을 하면서 즐기고 싶어요.


말 나온 김에, 마작게임으로서 이 게임은 난이도가 엄청 쉽습니다.
패 자체가 플레이어에게 꽤 유리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팀전일 때 난이도가 장난아니게 쉬운데
호위기사 크리스+우리편 하나 VS 적 두 명식으로 마작을 합니다.

크리스가 아닌 우리 편 하나가 파산하면, 그 하나를 빼고 1대2로 다시 게임을 합니다.
점수도 전부 리셋된 상태로요.
그리고 상대편 둘 중 하나가 파산하면, 그냥 완전승리입니다.
파산을 한 상대나, 파산을 안 한 상대나 둘 다 패배처리가 돼요.
근데, 심지어 팀킬을 합니다. 같은 팀에서 론패가 나와도 그냥 론을 해버려요.

간단히 말해서, 2대2로 싸우는데 플레이어의 아군은 하나정도 파산해도 상관없고,
상대편은 둘 중 하나만 파산해도 플레이어가 그냥 승리하는데,
그마저도 상대편끼리 싸운다는 겁니다.
너무나도 쉬워서 조심히만 플레이하면, 패배 한 번 안 하고 클리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작환상곡 시리즈 리뷰에서 꼭 이야기하고 싶은
브렌힐드라는 캐릭터입니다. 1편부터 3편까지 개근하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브렌힐드는 과거에 1편의 주인공인 링과 대결한 적이 있는데,
링은 그 대결에서 승리한 후, 알몸으로 실신한 브렌힐드를
길바닥에 방치하고 그 장소를 떠났습니다.
구경꾼들의 시선 속에서 정신을 차린 브렌힐드는
자신에게 굴욕을 준 링에게 복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링과의 재전투에서 다시 한 번 패배하고 맙니다.
이번에도 갑옷이 다 벗겨지는데, 이번에는 링이 망토를 벗어서 몸을 가려줍니다.
이걸 계기로 브렌힐드는 그동안의 원한을 모두 잊고 링에게 반하게 됩니다.


그 후, 링은 이런 저런 사정 끝에 무술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무술대회에서 우승하면, 링과 어릴 적에 결혼을 약속한 타니아 공녀와
결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집니다.



근데 결승전 상대가 브렌힐드입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원해.'
'하지만, 당신은 여기의 공녀와 맺어지려고 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힘으로라도 저지하려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당신을 죽여서라도 막을 거야.'
'나는, 지금까지 사람을 사랑해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밖에 사랑을 표현할 수가 없어...'
'안심해. 만약,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을 테니까.'

버릴 것 하나없는 주옥같은 명대사들입니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여자가 이런 소리를 하니 혼란스러울 만합니다.
사실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너무 갑작스럽게 캐릭터가 변해서 당황스럽습니다.

캐릭터 변화가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링이 승리하고 어쨌든 1편에서의 브렌힐드 등장은 마무리지었습니다.
사실, 1편에서 링을 둘러싼 삼각관계의 주역은 타니아 공녀와 엘프 라즈베리로
브렌힐드는 그 사이에 끼지도 못합니다.



2편의 주인공도 링이고 브렌힐드도 재등장합니다.
시리즈 사상 가장 정상적인 브렌힐드입니다. 그래픽도 일취월장했습니다.
주인공을 적당히 짝사랑하는 조력자 조연 역할입니다.

2편의 내용은 1편에서 사망한 라즈베리를 부활시키기 위해
링이 7개의 황금패를 모은다는 내용입니다.
근데, 브렌힐드가 그 황금패 중 하나의 수호자라는 설정입니다.
정말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설정입니다만
그래도 여기까지라면 이정도는 납득할 수 있습니다.



3편에서 또 등장한 브렌힐드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3편의 주인공은 귀축공주와 호위기사 크리스이며
링은 잠깐 등장하고 끝납니다.

여기서 브렌힐드는 후반부에 뜬금없이 적군 공주의 동료로 등장합니다.
게다가, 알고 보니 아군 동료 중 한 명인 스완힐드의 언니이기도 합니다.
적군 공주를 쓰러뜨리면, 귀축공주의 손아귀에 떨어진 적군 공주는 비참한 꼴을 당하지만
브렌힐드는 '사정이 있었어'라고 대충 변명하고
동생 혈연으로 은근슬쩍 아군 파티에 들어옵니다.

파티에 들어온 후에는, 호위기사 크리스와 여동생 스완힐드의 연애를 응원하며
'나도 링하고 저렇게 됐으면 좋을 텐데...'라고 말하는
훈훈한 언니 포지션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귀축공주 일행의 목표인 디멘시아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 최종 보스격인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또 알고 보니, 브렌힐드는 그 여자의 딸이었던 것입니다.


주인공도 아닌 조역 캐릭터 하나에 이 설정, 저 설정, 온갖 설정을 다 몰아줍니다.
그것도 별다른 복선도 없이, 중요한 캐릭터도 아닌
초반에는 단순한 스토커에 불과했던 캐릭터에게 말이죠.

마작환상곡4가 없어서 참 다행이군요.
브렌힐데가 4편에서 등장했더라면 주인공의 헤어진 여동생에,
적 중간 보스의 시어머니에, 최종 보스의 연대 보증인에,
세계 창조신의 펜팔친구였을지도 모릅니다.

주인공 일행에는 별 활약도 없는 잉여 캐릭도 많이 있습니다.
설정을 좀 나눠가졌으면 좋았을 텐데 브렌힐드 혼자서 독식하고
잉여는 끝까지 잉여로 만드니 캐릭터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총평하자면, 이 게임 평가의 핵심은 오로지 귀축공주입니다.
하드코어류에 어느정도 면역이 있으시다면
귀축공주와 함께 유쾌하게 진행할 수있는 게임입니다.
귀축공주의 폭주에 따라가기 힘드신 분들에게는
그래픽 외에 따로 매력적인 요소가 없는 것 같군요.

마작 게임으로는 별 거 없습니다.
마작 게임이지만, 마작 이외의 이유로 추천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댓글 2개:

  1. 항상 너무 재미있는 리뷰 감사합니다. 이번 게임 리뷰는 못해도 한 세 번쯤 읽은 것 같네요ㅋㅋㅋㅋ 귀축공주와 브렌힐드..... 귀축공주 캐릭터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마작은 아예 룰을 몰라서 이런 종류 게임은 플레이할 엄두도 안 내고 있었는데 백개먼님 리뷰를 보니 마작환상곡은 정말 해보고싶네요.. 마작 에로게는 기본적으로 룰을 아는 사람 대상이겠죠? 이번 기회에 마작을 배워볼까 싶네요ㅎㅎ
    늘 좋은 리뷰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슬슬 본격적으로 더워지는데 시원한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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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너무 많이 얘기해서 이번 리뷰에서는 일부러 안 적었지만
    저는 늘 엘프 올스타즈 탈의작 시리즈를 추천하는 사람입니다.

    마작 에로게는 게임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룰을 깊이 알지 못하더라도 근성만 있으면 어떻게든 되는 수준입니다.
    그 중에서 엘프 올스타즈 탈의작 시리즈가
    가장 편리하게 근성으로 배울 수 있는 시리즈인 것 같아서요.

    마작환상곡3도 난이도가 쉬운 편이고,
    시스템 자체도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라서 입문하기에는 적절한 편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난이도가 너무 쉬워서 마작을 잘 아시는 분들께 추천하기 망설여지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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