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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3일 일요일

리뷰 : Angel Halo ~엔젤 하이로~(1996/10/17, Active)

* 이 리뷰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ctive의 PC-98 시절 마지막 게임, <Angel Halo ~엔젤 하이로~>입니다.
개인적으로 성소녀 씨의 원화가 가장 빛을 발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윈도우 시절을 포함해서요.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기독교 스타일의 천사, 악마와
노스트라다무스의 세기말 종말 예언을 섞어놓았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주인공 앞에 갑작스럽게 외국인 미소녀 교환학생 둘이 나타납니다.
천사 소피아와 악마 리리스입니다.
주인공의 정체는 사실 루시퍼로 크리스마스에 인류를 멸망시키는 장본인입니다.
루시퍼를 각성시키려는 악마와 그것을 막으려는 천사들의 항쟁이라기에는
사실 그렇게 흥미진진한 전투 한 번 나오지 않습니다.
감탄할만한 모략조차 나오지 않아요.

게다가 전부 배드엔딩입니다.
주인공이 먼저 사망하는 것이 세계가 무사한 유일한 방법이고,
나머지는 지구멸망 혹은 반파엔딩입니다.
해피엔딩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게임입니다.



1999년 세기말의 종말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게임이니만큼
분위기가 꾸준하게 음울합니다.
해피엔딩이 없는 것도 그런 분위기를 충실히 구현하려는 장치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작품성을 떨어뜨리는 해피엔딩보다는 배드엔딩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미소녀 게임의 장르적 특성일지도 모르겠지만
잘 흘러가던 스토리가 마지막에 훅 꺾여서 해피엔딩이 된다거나,
굳이 배드엔딩으로 잘 마무리된 스토리에 완성도 낮은 해피엔딩을 진엔딩으로 끼얹는다든가,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다만, 대다수 게이머의 수요가 해피엔딩을 선호하고 배드엔딩을 찝찝해하니
제작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이해합니다.
팬디스크가 나올 수도 있고, 속편도 나올 수 있으니까
캐릭터를 함부로 죽일 수 없는 것도 이해하고요.



엔젤 하이로의 얘기로 돌아와서,
사실 이 게임은 오히려 해피엔딩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내내, 우중충한 분위기를 끌고가며 단 한 번도 분위기를 환기시킬만한 장면이 없었다는 점,
선택지형 멀티 엔딩 게임으로서 엔딩이 다섯 개나 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변칙이 없었다는 점,
이 두 가지 문제점이 게임 플레이내내 저를 지치게 만들었죠.
해피엔딩이 있었다면 이런 문제가 다소 완화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총평하자면, 유려한 그래픽을 제외하면 이 게임의 장점은
종말 직전의 우중충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점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년도인 99년도가 다가오면서 이런 작품이 여럿 나왔죠.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이고 우리는 세계가 멸망 안 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그 시절 기억으로는 당시에 우려했던 건,
외환 위기라든가 밀레니엄버그, Y2K였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아니었습니다.

21세기에 이걸 플레이한 저로서는 별로 인상깊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발매 당시에 플레이했다면, 좀 더 게임의 분위기가 와 닿았을 것이고
해피엔딩이 없는 것도 소름끼치는 연출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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